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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시간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싶을 떼, 우리는 자연은 찾습니다. 하지만 더 깊은 위로를 원한다면, 그 자연 속에 '역사'를 품은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과 가까운 곳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트레킹 코스가 있습니다. 단순한 등산을 넘어서, 그 길 위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시대의 흔적을 밟으며 걷는 길. 이번 글에서는 서울의 역사와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들을 소개합니다. 서울 한복판, 경복궁 뒤편에 우뚝 솟아있는 인왕산은 해발 338m로 높진 않지만, 조망, 역사, 분위기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인기 트레킹 명소입니다. 북한산, 남산, 북악산, 안산과 함께 ‘서울 내사산’ 중 하나로, 조선의 도읍지 한양을 감싸는 보호막 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왜 인왕산인가?
인왕산이라는 이름은 ‘산의 기운이 인자하고 왕의 품격을 가졌다’는 데서 유래합니다. 조선시대에는 도성 수호의 영산으로 여겨졌으며, 무학대사가 이 산의 기운을 보고 한양 도읍을 결정했다는 설화도 있습니다. 산 아래에는 서울 성곽이 이어지고, 정상에서는 청와대, 경복궁, 북악산, 남산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코스 안내: 인왕산 황토길 포함 추천 트레킹 루트
[총 소요 시간] 약 1.5~2시간
[난이도] 중하 (아이, 어르신도 충분히 가능)
[추천 코스]
사직공원 → 인왕산 황토길 → 범바위 → 인왕산 정상 → 서울성곽길(인왕산 성곽) → 창의문 또는 무악재 방향 하산
인왕산 황토길 – 걷기만 해도 치유되는 흙길
인왕산을 오르기 전, 혹은 도심 속 가볍게 자연을 걷고 싶을 때 딱 좋은 길이 바로 황토길입니다. 사직공원 입구에서부터 인왕산 기슭을 따라 약 1.5km 이어진 이 길은 걷기 편한 평지형 숲길로, 황토를 직접 깔아 만든 친환경 건강 산책로입니다.
황토길 특징
- 신발 벗고도 걷기 좋은 촉감: 정갈하게 다져진 황토 위를 맨발로 걸으면, 지압 효과와 동시에 스트레스가 해소됩니다.
- 피톤치드 가득한 숲: 소나무와 활엽수림이 조화를 이루며, 도심 속에서 진한 숲내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역사와 연결된 길: 사직단, 단군성전, 인왕사 등 역사적 공간을 지나며 조선 초기 국토 신앙의 흔적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걷기 팁
- 비온 뒤 황토길은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트레킹화 착용 권장
- 중간중간 앉을 수 있는 벤치와 나무 데크도 잘 마련되어 있음
- 한여름에는 나무 그늘이 좋아 시원하게 걸을 수 있음
인왕산 주요 볼거리와 역사 스팟
1. 범바위
산 중턱에 자리한 범바위는 마치 진짜 호랑이가 산을 지키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 궁중에서도 이 범바위에 기도를 올리며 국태민안을 빌었다고 전해집니다. 풍수적으로도 인왕산은 서울의 좌청룡(북악산)과 우백호(인왕산) 중 백호에 해당하는 명당 중 명당입니다.
2. 인왕산 정상
정상에서는 서울 도심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특히 날씨 좋은 날엔 멀리 북한산 능선까지 보이고, 경복궁과 광화문광장이 내려다보여 ‘서울 조망 맛집’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3. 서울성곽길 (인왕산 구간)
인왕산 자락을 따라 성곽길이 잘 복원되어 있어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도성 방어를 위한 옛 서울의 성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를 더해줍니다.
트레킹 후 즐기기 좋은 주변 명소
- 서촌: 하산 후 서촌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따라 가면, 맛집과 북카페, 전통 찻집 등이 즐비해 있습니다.
- 청운문학도서관: 문학적 감성과 함께 서울을 조망할 수 있는 북카페형 도서관. 인왕산 트레킹과 궁합이 좋습니다.
- 사직단 & 단군성전: 조선시대 토지와 곡물의 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사직단도 황토길 인근에 위치. 고즈넉한 분위기가 걷는 재미를 더합니다.
북한산 둘레길 – 서울을 품은 가장 평화로운 숲길
서울 북부를 병풍처럼 감싸는 북한산은 단순한 명산이 아니라 삼국시대부터 조선, 그리고 근현대사까지 이어지는 깊은 역사적 배경을 가진 곳입니다. 웅장한 암릉과 사찰, 계곡, 성곽이 어우러진 서울의 대표적인 산이다. 다만 정상까지 오르는 암릉 산행은 다소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편하게 걸으며 자연과 역사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길이 있으니, 바로 북한산 둘레길입니다.
2009년 개장한 북한산 둘레길은 국립공원 최초의 둘레길로, 북한산을 중심으로 서울 은평구, 종로구, 성북구, 강북구, 고양시를 아우르는 총 21개 구간, 약 71.5km에 달하는 걷는 길입니다. 전체를 다 걸을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구간을 선택해 하루의 소풍처럼 다녀올 수 있습니다.
추천 코스: 흰구름길(3구간) + 솔샘길(4구간)
거리: 약 6.3km
소요 시간: 2시간 30분 내외
코스: 북한산생태숲 → 흰구름길 전망대 → 정릉 → 솔샘길 → 우이령 입구
난이도: 하~중 (완만한 흙길 중심)
북한산 둘레길의 매력 포인트
1. 도심 속에서 숲과 바람을 걷는다
서울 외곽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울창한 숲과 조용한 길이 이어집니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운동화만 신고도 충분히 걷기 가능합니다.
2. 걷는 내내 펼쳐지는 역사 유적
북한산은 단순한 자연 명소가 아닙니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의 방어 기지로써, 백제는 한강 유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북한산 일대에 '북한산성'을 쌓았습니다. 현재의 북한산성은 대부분 조선시대에 재건된 것이지만, 이 지역이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방어 거점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북한산 일대에는 오래된 사찰이 많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사찰은 승가사, 비봉사, 진관사, 삼천사, 상운사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고려~조선 시기에 창건 되었으며, 국난과 전쟁 속에서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장소로 기능했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며, 북한산과 서울성곽 일대는 군사적 관점에서 접근을 제한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들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산성 복원과 보호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고, 많은 유적들이 방치되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기 독립운동가들이 은신하거나, 비밀 결사를 맺은 장소로 사용되었다는 비공식 기록도 있습니다. 특히 진관사 인근은 항일 운동 관련 인사들의 발걸음이 드나들던 곳으로 전해집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문화재 복원과 자연 보존, 역사 재조명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북한산성 복원 사업, 둘레길 개통, 우이령길 개방(2009) 등을 통해 다시 시민들에게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북한산은 서울의 방패였고, 왕의 궁권이었으며, 백성들의 기도의 장소였고, 군사들의 수련장이었습니다. 우리가 그 길을 걷는다는 건, 단순히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나와 역사가 마주하는 순간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3. 숨겨진 전망대 & 쉼터
흰구름길 구간엔 고요한 숲길 사이로 곳곳에 쉼터와 전망대가 있다. 탁 트인 서울 도심과 북한산 주능선이 어우러져, 중간중간 숨을 고르며 바라보는 풍경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4. 사계절 모두 아름답다
- 봄: 개나리, 진달래, 연두빛 새잎
- 여름: 피톤치드 가득한 녹음
- 가을: 단풍과 낙엽길
- 겨울: 눈 쌓인 고요한 흰 길
여행자 TIP
- 교통 접근성: 불광역, 정릉, 우이신설선 등을 이용하면 어느 구간이든 진입이 수월함
- 식수/화장실: 주요 구간에 정비된 편의시설 존재. 생수는 미리 준비 추천
- 가족, 반려견과 함께도 OK: 경사가 심하지 않아 가족 단위, 반려동물과도 걷기 좋음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다는 것
이 길을 걷는다는 것은, 바쁘게 흘러가는 도심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일상과 거리 두기를 하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그리고 자연과 역사, 도시와 나 자신이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조용하지만 깊고, 가볍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길. 북한산 둘레길은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역사 사이를 천천히 걷고 싶은 모든 이에게 권할 수 있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입니다.
인왕산과 북한산, 한 주에 하나씩 걸어보자
인왕산과 북한산 둘레길 모두 ‘도심 속 역사 트레킹’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한 주는 인왕산 황토길에서 조용히 시작하고, 다음 주는 북한산 숲길에서 깊은 숨을 쉬어보는 것도 훌륭한 여행 루트가 될 것입니다.